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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이야기 — 여행, 역사, 문화
2025.03.25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
[경주X도자기 04] | 처음 들었을 때는 귀가 간지러웠다. 저것은 대체 어떤 니혼진(日本人)의 인사이트란 말인가?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부정할 수 없는, 맞는 말이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그릇은 요리의 완성”쯤이 되겠지만 저 인용문이 전달하는 야리꾸리한 회심의 한 방이 장전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일본요리의 화사한 플레이팅은 그와 어울리는 그릇을 만날 때 극대화 된다
2025.03.18
“청자의 원천 기술이 혹시 경주?”
[경주X도자기 03] | 전시회를 열었다 청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면서 새로운 욕구가 늘어갔다. 우리는 경주에서 청자가 높은 수준으로 재현된다는 사실을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었기에, 과감하게 이벤트를 하나 만들었다. 경주 시내의 작은 공간을 빌려서 두 달간 해겸도요의 작품들을 전시한 것이다. 이름하여 [한국 도자기 연대기]. 도자기가 낯선 대중들에게 교양지식 혹은 약간의 선이해를
2025.03.11
"흙과 물과 불 중에 어느 것인가?"
[경주X도자기 02] | 흙, 물, 불 와인의 특성과 품질을 결정하는 것으로 흔히 세 가지를 꼽는다. 토양 혹은 토질을 말하는 떼루아(terroir), 포도의 품종, 그리고 날씨다. 전세계 어느 곳이든 고급 와인은 예외없이 이 세 가지의 조합이 최적으로 맞아들어가야 나올 수 있다. 이를 동아시아 방식으로 말하자면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로 와인이 나온다는 정도로 새겨볼 수 있을 것이
2025.03.05
"경주에서 청자가 재현된다?"
[경주X도자기 01] |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시큰둥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전국에 도자기 장인들이 얼마나 많을 텐데, 열심히 노력해서 청자를 재현했다니 장한 일이구나. 그게 경주라니, 자부심을 느낄 만 하구나 했다. 그러나, 이는 어느 먼 친척이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주는 정도의 감흥에 가까웠다. 해겸도요 첫 방문 그 말을 휘감아 도는 중량감을 실감한 것은 2024
2024.07.30
하염없이 청자를 바라보았습니다
<한국 도자기 연대기>를 가다 | 경주에서 도자기 전시회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름도 거창하게 <한국 도자기 연대기>를 내걸고, 경주시내 구도심 금리단길의 작은 공간에서 7월부터 9월말까지 매일 오후 시간에 열립니다(일요일은 휴관). 작은 전시회이지만, 오시는 분이 작품 앞에 앉아서 한참을 볼 수 있도록 의자를 두었습니다. 도자기 전시를 하니 오는 사람마다 "나는 도자기를 잘 몰라서..."
2024.03.15
13화 12. 아, 화랑의 나라
신라의 제주(祭主) 김범부 | 범부라는 문제적 인물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표적 키워드는 민족과 국가다. 19세기에 조선왕조가 온통 무너져내리는 것을 경험한 민족은 한편으로는 거세게 덤벼드는 외세를 막아내면서, 새로운 국가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세기의 전반부는 ‘나라 되찾기’가, 20세기 중반 이후는 ‘나라 세우기(nation building)’가 최고
2024.03.12
12화 11. 한국 근대문학의 괴물 소설가
김동리와 그의 시대 | 김동리라는 괴물 김동리는 생각보다 거대하다. 한국 작가 중에 가장 일찍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고, 그의 주요 작품들은 해외에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된 지 오래다. 서울대 국문학과 김윤식 교수는 그의 일대기와 작품을 샅샅이 훑어 삼부작으로 <김동리와 그의 시대>를 썼는데, 그는 서문에서 한국 근대문학에서 근대성 문제를 천착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힌
2024.03.07
11화 10. 북에 소월, 남에 목월
시인 박목월과 낭만의 세월 | 경주란 무엇인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경주를 신라의 수도 서라벌과 동일시하는 생각이 꽤 폭넓게 퍼져 있고, 여전히 영향력이 강하지만, 이번 <모던 경주> 연재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경주는 천년왕국 신라의 수도로서만 아니고,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동경(東京) 혹은 동도(東都)로서의 든든한 존재감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독특한 궤적을 그리며 근대로 전
2024.03.04
10화 09. 최부자집의 독립운동
마지막 최 부자 최준의 일대기 | 경주 최부자집의 내력 ‘부자’란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경원시되는 존재다. 그들이 누리는 부에 대해서는 동경하지만, 그 부의 기원과 출처에서 피할 수 없는 착취와 억압의 가능성은 다수의 정의감을 건드리게 된다. 부자의 얼굴에는 늘 이 두 가지 이질적 감정이 투사되게 마련이다. 그러하기에 이런 정형화의 틀을 벗어나는 반례에 사람들은 목말라한다. 서양의 ‘노블레스
2024.03.01
09화 08. 풍운아 박상진
1910년대 한 항일운동가의 초상 | 의병운동에서 독립운동으로 독립운동은 하나의 흐름이 아니었다. 여러 복잡다기한 입장과 노선과 인맥과 처지가 일제에 항거하고 독립을 지향하는 큰 흐름 안에서 저마다 각축하였다. 그것은 한 번도 단일한 체제나 신념으로 통일된 적은 없었다. 나는 경주, 혹은 좀 넓혀서 경상도권의 독립운동을 파악하는 데에는 이런 여러 흐름과 결의 차이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2024.02.26
08화 07. 경주의 삼일운동
대중적 항일운동에서 개신교의 주도적 역할 | 만세운동의 전후 상황 일제강점기 경주에서 독립운동은 어떤 양상이었을까? 경상도 지역은 일제통치에 어느 정도 저항적이었을까? 그리고 실제 지역 내에서 독립운동은 누가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대구경북권이 보수적인 정치사회적 정서를 갖고 있다는 인상은 언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을까 늘 궁금했던 탓이다. 가장 먼저 살펴볼 지점은 삼일
2024.02.23
07화 06. 관광도시 경주와 그 명암
유람에서 관광으로 | 유람과 관광 경주가 관광도시로 명성을 얻은 것은 언제일까? 자못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마 질문을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해 보아야 명확해질 것이다. ‘관광(觀光)’이란 말은 중국 고전의 ‘관국지광(觀國之光)’이란 표현에서 비롯되었는데, ‘타국의 뛰어난 문물을 관찰하는 행위’를 말한다. 거기에는 타국이나 타지로 이동하는 여행, 선진국의
